교회와 삶/영성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은 은사가 아닙니다/문희곤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9. 2. 4. 07:44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은 은사가 아닙니다/문희곤 지음/예수전도단

성도들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이럴 때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상하거나 혹은 두려운 감정부터 갖게 된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성경 속 몇몇 인물이나 신앙 경지가 아주 깊은 '고수'들의 이야기로 여겨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하나님의 음성은 누구나 들을 수 있다. 하나님은 특별한 누군가에게만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말씀해주시기 때문이다. 이는 성경에서 무수히 뒷받침된다.

"하나님은 그 본질상 우리에게 말씀하실 수밖에 없다. 목자이신 주님은 자신의 양들을 부르고 인도하려 말씀하신다(시 23, 요 10:11). 하나님은 새벽부터 부지런히 말씀하시는 분이다."

이처럼 하나님이 말씀하시는데도 성도들은 그분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걸까? 책은 바로 이 점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예수전도단 대표인 저자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삶에 관한 내용을 다채롭게 담아냈다.

책에선 누구나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점을 줄기차게 강조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등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데 '방법'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방법에 매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보다 어떤 상태인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데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말이 아닌가. 비법을 기대했던 이들로선 실망스럽겠지만, 이어지는 설명을 찬찬히 음미하면 충분히 수긍이 간다. 믿음, 정결한 마음, 순종하는 마음, 사탄에 대적, 자기 것 내려놓기, 성령의 도움 등 6가지로 요약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한 자세'가 절로 이해된다. 음성이 전달되는 경로에 대한 설명도 이채롭다.

"각 사람은 그 성품과 기질에 따라 독특한 방식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 같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음성을 더 잘 들을 수 있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는 말이다."

보통 음성이라고 하면 청각의 소리만 연상하지만, 책에선 꿈이나 환상을 통한 시각적인 것,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 등 여러가지를 포괄한다고 밝힌다. 특히 성경을 통한 그분의 음성 듣기는 색다른 느낌으로 전해진다.

"하나님의 말씀에는 능력이 있다. 읽고 외우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전능하신 하나님의 능력과 역사를 삶의 현장에 임하게 하는 열쇠가 된다. 정말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싶다면 성경을 가까이하는 일부터 시작하라."

솔직히 예전엔 하나님의 음성이라는 주제는 한국교회에서 '이단' 시비를 달고 다녔다. 신령한 체험과 은사를 추구하는 몇몇 교회와 목회자만 다루는 주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일반화되고 대중화됐다. 기독교인 치고 하나님의 음성을 사모하지 않는 이는 별로 없다. 오히려 이를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어 조심스러울 정도다.

"하나님의 음성 듣는 삶을 이미 살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영적 청각장애'가 있다고 의심하는 성도들이 많다. 그분과 동행하는 삶의 열쇠가 되어야 하는 하나님의 음성을 다른 사람에게 자기 뜻을 관철시키는 도구나 신앙 내공을 자랑하는 수단, 변명과 회피의 빌미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어쨌든 책은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음과 함께 그분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그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세심하게 전해준다. 지금까지 나온 같은 주제의 책들에 비해 한결 쉽게 썼으면서도 깊고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의 탄탄한 신학 기초에 예수전도단과 개인의 일화가 곁들여져 재미도 있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