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과 삶/설교자

[스크랩] 목산침례교회 김 현철목사는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인 교회를 추구해 왔다.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8. 12. 23. 19:31


김현철(53) 목사는 서울 양천구 목2동 목산침례교회의 전 담임 목사다. 최근 김 목사는 20년간 목회했던 목산교회에서 퇴임했다. 퇴임한 이후 김 목사는 980여명 성도 가운데 한 명으로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새벽기도는 인도하고 있다. 물론 교회에서 사례비는 받지 않는다. 다른 교회 리더들과 같이 봉사하는 것이다. 주보에 이름이 나갈 경우에는 ‘김현철 형제’로 기록된다.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인 목산교회는 사랑의교회나 온누리교회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본질적 목회를 펼치려는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자주 거론되는 교회다. 목산교회는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를 추구하면서 전도와 생명 나눔, 새터민 사역, 실크로드 선교 등에 치중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목산교회를 방문해 본 사람들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교회는 건강하게 자리 잡았고, 담임 목사에 대한 성도들의 애정과 존경심도 강하다. 성도들은 담임 목사를 '영적 아버지'로 여겼다. 신자의 삶이 어떠한지를 김 목사는 말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줬다. 그런데 왜 김 목사는 담임 목사직을 자발적으로 그만 뒀는가. 김 목사는 2000년 어느날 기도 가운데 "넌 2009년까지만 목산교회에서 목회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았다. 그것이 이유였다. 하나님이 그때까지만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성도들에게는 이 사실을 통보했다. 후임자도 교인들의 투표로 선정했다. 그러다 교회 내 사정으로 퇴임시기가 1년 남짓 앞당겨졌다. 퇴임식도 없었다. 예배 후에 김 목사가 앞에 나와서 "그동안 정말 잘 따라와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최근 김 목사와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가 말했다. "목회를 해 나가면서 점차 교회 내에 '김현철 효과'가 생기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지요. 교회에 담임 목사 효과가 나타나면 안 됩니다. '하나님 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나야 되지요. 성도들은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아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물었다. "꼭 퇴임할 필요까지 있었습니까?" "그런 질문 자주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을 위해서'라고 대답해요." "앞으로 무슨 일 하실 겁니까?" "그 질문도 자주 받았어요. 정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라요. 계획을 세우고 일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지난 20년 동안 목회가 잘 됐느냐, 안 됐느냐에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목산교회의 앞날도 제 관심 밖이에요. 그저 '예수님이 과연 지금 나를 보고, 우리를 보고 기뻐하고 계신가'에 관심을 뒀을 뿐입니다. 앞으로도 예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해야겠지요."

김 목사는 꼭 '예수의 도'에 통달한 사람처럼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이 하나도 틀림 없는 사실이라는 점을 목산교회 교인들은 모두 알고 있다. 목회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목회라고 말할 때, 마치 '목회자인 내가 저들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라는 구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닙니다. 정확히 '내가 나에게 어떻게 하는가'가 목회예요. 목회의 핵심은 보여주는 겁니다. 가르치거나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예수 제자인 나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라며 성도들에게 광고판이 되어 주는 것이지요. 성도들에게 관심을 갖기 전에 목회자인 나와 가족이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대로 살아나가는가에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것이 이뤄지면 목회는 그냥 뒤따라오는 것이지요. 청중은 설교를 듣기 원하지 않습니다. 설교를 보기 원합니다."

 
김 목사는 어떤 목회를 펼치려는 의도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우리가 일용할 양식을 구하듯이 성도들과 교회에 할 일과 소명을 매일 주신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 김 목사는 탁월한 설교가다. 그는 설교는 하나님 말씀을 받아서 전하는 것이지 목회자들이 작품활동 하듯 써내려가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미 성경 속에 수천편의 설교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청중의 현재 상황에 맞게 연결시켜 주기만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3박4일 동안 기도원에 들어가서 설교 준비를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설교는 백일장 하듯 써 내려갈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사회의 참여자로서 촛불집회 현장에도 가보고, 매일 교인들과 교제하고, 뉴스를 보는 것들이 사실 설교 준비예요. 목회자는 그것을 하나님의 설교와 연결시켜 주기만 하면 됩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인 교회를 추구해 왔다. 그는 모 가정선교단체가 내건 '가족 같은 교회'라는 캐치프레이즈는 틀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교회는 가족 같은 집단이 아니라 바로 가족입니다. 교회가 가족일 때, 혈육의 가족간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교인들 속에서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지요. 예수 믿기 전에는 혈연(血緣) 중심이었지만 예수 공동체의 일원이 된 다음에는 영연(靈緣)으로 묶여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가족 공동체에서 목회자는 '영적 아버지'가 된다. 목사가 아버지가 될 때에야만 자식들과 같은 성도들을 위해서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에서 목회는 담임 목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자신이 처한 곳에서 목회를 하는 것이다. 김 목사도 담임 목사직에서 물러난 지금 '김현철 형제'로서 목산교회에서 목회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도 영적으로 성장한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지 않았습니까?" "보람이요? 너무 피부에 와 닿지 않아요. 보람을 위해서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느껴 본 적도 없고요. 뒤집어보면 실망한 적도 없다는 이야기예요."

 
"그럼 지난 시절 동안 목회할 수 있도록 했던 동력이 무엇이었습니까?" "글쎄요. 저와 우리 교회에 품고 있는 하나님의 감정이랄까…. 우리를 보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면 더 기쁘게 해 드리고 싶다는 소망이 생겨요. 그것이 동력이라면 동력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비전을 이야기합니다. 요즘 한국 교회에서는 목사님들의 꿈을 비전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그런데 비전은 주님만 갖는 겁니다. 그분의 비전을 우리가 받아서 순종하는 것이지요. 이 땅 6만여개의 교회에 6만여명의 담임 목사가 있습니다. 어쩌면 6만여명 목회자들의 개인적인 비전들이 교회 내에서 실험되고 있는지도 몰라요. 끔찍하지요."

 
김 목사는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미국의 유수한 신학교에서 공부했다. 적지않은 시간을 지켜보았지만 그가 자신의 경력을 이야기한 것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가 건네준 명함에는 '프로라이프(낙태반대운동연합) 부회장'이란 직함이 적혀 있었다. 성공이 무엇인지 물었다. "하나님이 나를 창조하셨을 때에 의도했던 그 자리에 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요?" "영생을 깨우치느라고 평생을 쓰는 과정이지요. 아, 소망이 하나 있어요. 하나님의 기억 속에서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크리스천으로 남고 싶어요. 그래야 영원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님과 친해져야 영원이 편한 것 아니겠어요."

 
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장 thlee@kmib.co.kr

출처 : 청년아 부흥을 꿈꾸라
글쓴이 : 이상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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