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삶/청년
일생에 한 번쯤은 파리지앵처럼, 황희연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8. 12. 12. 01:20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특징으로 꼽는 것 중에 하나는 열심히 산다는 것이죠.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노후를 위해 열심히 저축을 하고, 나중에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 조금 힘든 것쯤은 눈감아 버리는 우리,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요? 생각해보면 현재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에 행복한 것이 무슨 소용일까 싶은데 말이죠. 인생을 즐기는 것이 꼭 미래의 ‘나’일 필요는 없으니, 우리 그 행복의 시간을 조금 앞당겨 현재에서 행복해지는 건 어떨까요?
영화잡지 『스크린』 기자로 입사해 편집장까지, 열심히 일하던 황희연씨는 서른 여섯의 나이에 사표를 내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미래는 대책 없음으로 남겨두고, 현재의 시시한 삶을 비틀어 재미있게 살기 위해 지구를 산책한 그녀는 아주 많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들의 기록, 『일생에 한 번쯤은 파리지앵처럼』. T :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에잇, 다 때려치우고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용기도 안 나고 어떤 계기가 있지 않고서는 힘든 거 같아요. 어떤 계기로 사표 내고 여행을 떠나시게 된 건가요? 황희연 : 계기를 따지자면 너무 많은 계기들이 있을 텐데…… 최근에 어떤 글을 읽었는데, 열정과 역량은 다른 문제라는 거였어요. 열정은 불꽃놀이를 하기에 좋지만 단번에 끝나버리잖아요.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어요. 돌아보면 10여 년은 열정으로 일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회의도 들었었고, 거창한 얘기일 수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반듯한 삶이 싫었어요. 저는 너무 규범화된 길을 걸어왔거든요. 옛날부터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내 삶이 너무 순탄하고 재미없는 거에요. 흐트러트려서 무엇이 되었든 간에 다시 시작해보자! 또 한가지는 제가 자주 꾸는 공포의 꿈이 있는데, 삼각형이 엎어지는 꿈이에요. 그게 너무너무 공포스럽고 괴로웠거든요. 저는 그 삼각형을 뒤집어서 공포의 진원지로 가서 없애 버리고 싶었어요. 사실 모든 사람이 재미있어지고 싶다는 욕망과 반듯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교차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약간 대책 없음이 있기 때문에 대책 없는 용기로 그걸 한번 뒤집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않으면 미래에 행복한 것이 무슨 소용일까 싶은데 말이죠. 인생을 즐기는 것이 꼭 미래의 ‘나’일 필요는 없으니, 우리 그 행복의 시간을 조금 앞당겨 현재에서 행복해지는 건 어떨까요?
영화잡지 『스크린』 기자로 입사해 편집장까지, 열심히 일하던 황희연씨는 서른 여섯의 나이에 사표를 내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미래는 대책 없음으로 남겨두고, 현재의 시시한 삶을 비틀어 재미있게 살기 위해 지구를 산책한 그녀는 아주 많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들의 기록, 『일생에 한 번쯤은 파리지앵처럼』. T :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에잇, 다 때려치우고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용기도 안 나고 어떤 계기가 있지 않고서는 힘든 거 같아요. 어떤 계기로 사표 내고 여행을 떠나시게 된 건가요? 황희연 : 계기를 따지자면 너무 많은 계기들이 있을 텐데…… 최근에 어떤 글을 읽었는데, 열정과 역량은 다른 문제라는 거였어요. 열정은 불꽃놀이를 하기에 좋지만 단번에 끝나버리잖아요.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어요. 돌아보면 10여 년은 열정으로 일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에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회의도 들었었고, 거창한 얘기일 수 있는데 근본적으로는 반듯한 삶이 싫었어요. 저는 너무 규범화된 길을 걸어왔거든요. 옛날부터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내 삶이 너무 순탄하고 재미없는 거에요. 흐트러트려서 무엇이 되었든 간에 다시 시작해보자! 또 한가지는 제가 자주 꾸는 공포의 꿈이 있는데, 삼각형이 엎어지는 꿈이에요. 그게 너무너무 공포스럽고 괴로웠거든요. 저는 그 삼각형을 뒤집어서 공포의 진원지로 가서 없애 버리고 싶었어요. 사실 모든 사람이 재미있어지고 싶다는 욕망과 반듯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교차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약간 대책 없음이 있기 때문에 대책 없는 용기로 그걸 한번 뒤집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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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셨는데, 그 나라들을 여행지로 선택하신 이유는?
황희연 : 굉장히 즉흥적이었어요. 예전에 여행할 때 스페인이 굉장히 좋았었거든요. 그때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가고 남부까지 못 내려갔었어요. 회사 관두기 전에 막연하게 스페인 남부를 통해서 모르코나 미지의 세계를 가보자! 아프리카와 포르투갈까지 연결되는 이베리아 반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회사를 관뒀었고, 갔다 온 이후에는 굉장히 즉흥적으로 이번엔 또 어디 갈까? 예전에도 여행을 안 다닌 편은 아니거든요. 제가 영화 잡지사에서 일을 해서 영화제 취재도 가고, 월드 프리미어 같은 데 초청 받아서 최고급 여행도 해봤어요. 문을 열고 나가면 조디 포스터가 애기랑 걸어가고 있고, 엘리베이터에 리차드 기어랑 같이 타고 있고……. 그런데 그렇게 가서 별로 얻는 게 없어요. 누리다 온다는 느낌이지. 제가 여행을 다니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사건과 이야기인가 봐요. 그래서 돈이 있어도 배낭여행을 가려고 하는 이유가 (사실 돈이 있는 건 아닌데……) 적은 돈을 쪼개 쓰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만나고 싶은 거거든요. |
T : 배낭여행을 가면 적은 돈으로 많은 나라를 돌려고 하잖아요. 황희연 : 맞아요. 한국 학생들 만날 때 안타까운 점들이 되게 많아요. 요즘 가이드북이 너무 친절해서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이라는 루트를 짜주더라고요. 그 루트에 가면 한국 사람들이 바글바글 해요. 그런데 그 루트를 딱 벗어나잖아요. 그럼 아무도 없어요. 저는 이번에 가이드 북을 안 가져갔어요. 그랬더니 정말 우여곡절은 많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재밌었어요. ‘지도 한 장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계속 반복하는 거에요. |
T : 한국에서도 모르는 도시에 가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안절부절 하게 되는데…….
황희연 :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가이드북에 많이 의존하는 거 같아요. 그런데 반나절을 허비해서 가이드북에서 좋다는 식당을 가면, 찾아가는 기쁨은 있겠지만 저는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먹었던 빵이 훨씬 더 맛있어요. 제가 만드는 가이드북이 되고 싶지 남한테 끌려가고 싶지 않아요. 한국 학생들이 호텔팩으로 많이 가잖아요. 황당했던 건 한 달 동안 22개국을 다니더라고요. 체코 같은 경우는 반나절만 보고 볼 거 없네 그러면서 떠나는 거에요. 그 중에 대부분은 호텔을 찾으러 다니는 시간이고. 저도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매 도시마다 적응 기간이라는게 필요하거든요. 짧게는 반나절이고 길면은 2-3일 정도 걸려요.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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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호텔 찾는데 거의 반나절을 쓰고 그 다음날 가는 거에요. 발도장만 찍고 가는 거죠. 루트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훨씬 재밌고, 여행의 철학이나 취향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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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 그래서인지 책 속의 사진을 보면 유명한 관광지 보다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황희연 : 이번에 프랑스를 여행할 때 파리를 기점으로 지방여행을 다녀서 사실 에펠탑 사진 하나도 없는 거에요. 원고를 넘기면서 그래도 파리인데 싶어서 예전 사진들을 뒤졌어요. 파리에 갔는데 에펠탑 사진도 없고, 루브르 사진도 없는 거에요. 제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인물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사실 저랑 친한 프로사진 작가들이 제 사진을 보면서 참 편하게 찍은 거 같다고 얘기해요. 프로사진 작가들은 구도를 고민하다 보니까 절대 안 찍는 각도들이 있대요. 그런데 제 사진에는 그런 게 마구 등장하는 거죠. 하지만 그게 이런 여행기의 매력이 아닐까 하고 밀어붙이고 있어요.
T : 역시나 글에서도 관광정보 보다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일어났던 사건 보다는 사건을 통해 느꼈던 감정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지에서 틈틈이 쓰신 건가요?
황희연 : 아니오. 일기도 안 쓰고, 메모도 거의 안 했어요. 마음은 있었는데, 여행이 되게 바빠요. 부지런히 다니는 편은 아닌데 어딘가를 계속 다니기 때문에 진득하게 앉아서 글을 쓰거나 그러진 못 하겠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이 책을 쓰게 되리라는 걸 여행 중간 정도에 알았지만 영향 받고 싶진 않았어요. 사진도 책 때문에 더 잘 찍어야겠다, 아니면 뭔가 더 경험해야지 해서 보고 싶지도 않은데 보거나, 이 정도는 들어가야지 해서 가보 거나, 그런 거는 안 했어요. 그냥 제가 재밌게 있지 않으면 여행책도 재미없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즐기는 게 제일 중요하고. |
T : 여행지에서 영화가 보고 싶지 않으셨어요?
황희연 : 제가 참 일찍, 32살에 편집장을 했거든요. 오랫동안 무거운 이름표를 달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우리 기자들하고 어울려서 놀고 싶고 저의 정신연령은 딱 그 만큼인데 회사의 정책이나 마케팅이나 이런 거를 걱정해야 되기 때문에 대표와 함께 상의해야 하고
술도 그들과 마셔야 되고, 나의 자리인가 싶은 생활을 많이 해왔던 거 같아요. 그 이름표를 떼고 여행하면서 제일 즐거운 건, 제 앞에
어떤 수식어도 붙지 않아요. 나이도 묻지 않아요. 내가 보기엔 딱 20대 초반인 친구들하고 그냥 친구처럼 지내요. 너무나 자유롭게.
그래서 같이 분수에 달려가서 흠뻑 젖고, 길 가다가 자고 싶으면 자고, 품위 떨어지는 짓을 해도 누구도 머라 하지 않고, 제가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여행을 통해서 제가 얻었던 거는 수식어 없는 나.
제가 영화를 참 좋아했었던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파묻혀 사니까 내가 영화 좋아하는지 진짜 모르겠더라고요. 그걸 알고 싶기도 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 그래서 여행을 가서 한번도 극장에 가본 적이 없었어요. 하루에 거의 한두 편씩은 꼬박꼬박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던 사람이거든요. 십 몇 년 동안. 그런데 한번도 극장에 들어가보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것도 참 신기한 일이었는데, 돌아와서는 정말 미친 듯이 찾아서 봤거든요. 그러면서 새록새록 영화에 대한 내 애정을 다시 확인해가는 과정인 거 같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영화 하나였던 거 같은데 지금은 여행에 관련된 것도 있고 되게 재미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술도 그들과 마셔야 되고, 나의 자리인가 싶은 생활을 많이 해왔던 거 같아요. 그 이름표를 떼고 여행하면서 제일 즐거운 건, 제 앞에
어떤 수식어도 붙지 않아요. 나이도 묻지 않아요. 내가 보기엔 딱 20대 초반인 친구들하고 그냥 친구처럼 지내요. 너무나 자유롭게.
그래서 같이 분수에 달려가서 흠뻑 젖고, 길 가다가 자고 싶으면 자고, 품위 떨어지는 짓을 해도 누구도 머라 하지 않고, 제가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여행을 통해서 제가 얻었던 거는 수식어 없는 나.
제가 영화를 참 좋아했었던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파묻혀 사니까 내가 영화 좋아하는지 진짜 모르겠더라고요. 그걸 알고 싶기도 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 그래서 여행을 가서 한번도 극장에 가본 적이 없었어요. 하루에 거의 한두 편씩은 꼬박꼬박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던 사람이거든요. 십 몇 년 동안. 그런데 한번도 극장에 들어가보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것도 참 신기한 일이었는데, 돌아와서는 정말 미친 듯이 찾아서 봤거든요. 그러면서 새록새록 영화에 대한 내 애정을 다시 확인해가는 과정인 거 같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영화 하나였던 거 같은데 지금은 여행에 관련된 것도 있고 되게 재미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T : 여행을 갔다 오면 다들 물어보잖아요. “어디가 제일 좋았어?” 황희연 : 그거는 저한테 어떤 영화가 제일 좋았냐고 물어보는 것과 똑같은 질문인 거 같아요. 여행지마다의 느낌이 너무 다르고 제가 좋아하는 이유들이 다 달라요. 이를 테면, 터키는 사람에 푹 빠져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고, 오래 머물면서 살고 싶은 도시는 슬로베니아고, 포르투갈은 값싼 와인이 넘치고 버려진 아름다움이 좋고, 베트남도 책에서는 사기 당한 얘기를 많이 썼지만 그거는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기 때문에 쓴 거고, 사실 베트남 너무 좋아 하거든요. 그 이유는 제가 카메라에 관심이 생겼을 때 저한테 무조건적으로 얼굴을 들이밀어준 사람들이라 너무 고맙고, 다시 가도 그들은 그렇게 해줄 것 같고. 모든 여행지가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어디가 제일 좋다라고 꼽을 수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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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 그럼 한국이 좋은 이유는?
황희연 : 사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한국을 더 많이 여행하고 즐기게 됐어요. 한국도 찾아보면 아름다운 곳이 많은 거에요. 내가 왜 여기서 이 오지를 찾아가고 있나, 우리나라 울릉도, 독도도 안 가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돼서 한국 돌아와서는 정말 국내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저는 서울도 매일 여행한다고 생각하는데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런 생각이 든 거 같아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천천히 걸으면서 돌아보면은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아요. 그 전에는 모르고 있다가 지금 새롭게 발견하는 중이에요. 서울 여행만으로도 1년을 소비할 수 있을 것 같은, 평생 가도 다 못 볼, 한국 아주 훌륭해요. 그런데 제가 어줍잖게 평가하기에 한국 사람들은 현재를 즐기기 보다는 미래를 보고 사는 것 같아요. 그런데 겉핥기이지만 파리지앵을 보면 |
현재를 충실히 즐기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요. 그건 파리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아요. 파리지앵처럼 사는 거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도 나를 아끼고 현재에 충실하게 내 삶을 즐기면서 살면은 그게 파리지앵이고, 파리지앤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것도 여행을 통해서 얻은 시각의 변화죠. |
T :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은 어디에요?
황희연 : 아니요.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거기 있을 때는 힘들었던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지긋지긋해지는 곳도 분명 있는데요, 돌아보면 다 추억이라서 그런지 너무 좋아요. 옛날에 이탈리아 베니스를 갔다가 그리스에 가보고 싶어서 배를 탔어요.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더니, 다음 다음날 아침이라고 그랬는데 저는 다음날 아침인 줄 알고 갑판선실을 끊었거든요. 그랬는데 진짜 그냥 갑판인 거에요. 1등급 선실에 있는 사람들이 낮에 나와서 일광욕 하는 곳에서 나는 자야 되는 거에요. 그리고 저는 이태리 돈이 통용되는 줄 알고 이태리 돈만 남겨 가지고 갔는데, 그리스 돈만 받고 카드도 안 받는 데요. 가지고 있던 10달러로 추울 때 견딜 수 있는 와인이랑 바게뜨 빵을 샀어요. 여름이라도 밤바다는 정말 정말 추운데 저는 옷도 없었거든요. 그러면 다시는 갑판 안 끊을 거 같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도 갑판 열심히 끊어서 다녔어요. 그 때 와인으로 한기를 견디면서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았거든요. 굉장히 춥고 배고프면서도 너무나 황홀한, 일생에 이거 안보고 죽으면 정말 서럽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T : 앞으로 가고 싶은 여행지나 계획하고 있는 여행이 있으신가요? 황희연 : 언제 갈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철도여행들을 계획하고 있어요. 중국에서 기차를 타고 일주일간 돌면서 티베트로, 네팔로, 인도로 가는 것도 좋고요, 일본 전역을 철도로 여행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 에스토니아 탈린이라는 곳이 그렇게 예쁘대요. 거기와 러시아 상트 페테르브르크랑 핀란드를 엮는 삼각형의 루트도 계획하고 있고, 남미도 가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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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 저도 여행가고 싶네요. 친구한테 여행 얘기 듣는 것 같이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황희연 : 여행에 관련된 코스나 저가항공 싼 데가 궁금하시다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그건 저의 재미이고 취미에요. 저도 오늘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