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과 삶/사역 일기

[스크랩] 난생 처음으로 어머니 보약을 해 드리고 오는 길에: 이상갑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8. 10. 30. 18:07
세상에서 태어나 자신이 한심스럽다고 느껴지는 때가 더러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제가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자식노릇을 못한다고 느낄 때입니다. 적어도 경제적인 부분만은 꽝에 가까운 저이기에 그러한 부담감이 마음 한구석엔 언제나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늘 입버릇처럼 "좋은 목회자가 되는 것이 나의 유일한 효도다" 라고 되뇌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느끼는 삶의 부디낌속에 가슴이 허한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이번에 어머니 회갑을 보내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자 나이 서른하고도 셋이면 자식노릇을 마땅히 했어야 하는데 경제면 경제, 결혼이면 결혼 모든게 어머니께는 근심의 대상인 듯하여 내심 죄송한 마음 뿐이였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저희 가족들이 저에게 거는 유일한 기대는 돈 잘버는 목회자나 잘 사는 목회자가 되라기 보다는 거의 초신자 수준의 가족들이지만 틈만 나면 목회자다운 목회자, 서민의 마음을 알고 그들과 더불어 생각하고 생활하는 목회자가 되라며 귀가 따갑도록 말하곤 합니다. 쉽게 말해 사이비 목사는 되지 말라는 것이죠. 자기 육신의 영달을 위하여 성도의 피와 눈물이 배인 헌금을 사용하기보다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에 사용할 줄 아는 바른 목회를 하라는 것입니다. 이점은 제가 아주 감사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정말 저의 마음 속에는 민족과 함께 성도와 함께 살고픈 목회철학이 세워져 가는 중입니다.


지난 주일 바로 엇그제의 일입니다. 교회에서 선생님들이 뭔가 돈을 모으는 눈치였습니다. 뭔가했더니 "어머님 회갑 선물을 꼭 하시고 옆 길로 세게하지 말라"고 당부하시며 돈을 모아 주셨습니다. "전도사님을 낳아주셨으니 당연히 기쁨으로 섬기고 싶다"는 선생님들의 그 한마디에 제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선생님들께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아무에게도 말을 안하고 저녁예배를 빠져야 하는 상황인지라 목사님과 동역하시는 전도사님께 말씀 드린것이 전해져 선생님들께서 알게 되신 것이였습니다. 식사도 대접 못해 드리고 축의금만 받은 모양이 되었으니 선생님들께는 더더욱 죄송했습니다.

바로 그 돈으로 오늘 저는 어머니의 보약을 부탁드리고 왔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권사님 한분이 한의사시기에 기쁨으로 어머님을 대신하여 난생 처음으로 어머님의 약을 손수 지어 드렸습니다.

그날 진종일 저는 사랑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저의 연약함을 대신하여 귀한 선물을 해 주신 선생님들의 사랑과 우리안에 계시는 존귀한 주님의 은혜를 제 마음에 세기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기도탑에 올라가 울었습니다. 초등부를 섬긴지 2년이 되어가면서 저는 점점 하나님 앞에서 울보가 되어갑니다. 선생님들이 당하는 어려움들이 너무 마음 아파서, 아이들의 형편과 처지를 두고 기도할때 하나님이 보여 주시는 그들의 모습들로 인해 마음이 아려와서, 선생님들께 받는 사랑이 너무나 과분해서, .....

어느새 저도 모르게 사랑의 빛이 너무 많이 늘어나고 그 사랑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져 갑니다.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선생님들께서 전해주신 귀한 선물로 대신 전해드리며 저는 기도햇습니다.


주님, 제가 섬기는 목회지에서 만나는
힘없이 늙어가는 당신의 백성들을
부모님 모시는 마음으로 섬기게 하소서.

못다받은 사랑에 머무는 생이 아닌
못다한 사랑에 집중하는
성직의 길을 걷게 하소서.


가을날 철로변을 따라 돌아오는 길에서 잠시나마 드린 기도입니다.
마음으로나마 꿈꾸는 초등부 사랑하는 선생님들께 깊은 제 마음의 사랑고백을 드려봅니다. 다시금 목민목회를 생각해보며

"그래요. 선생님들. 제가 갚는 빚은 안 받으신다고 하셨죠?
고맙습니다. 그리고 연약한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제가 더 많은 이들에게 선생님들께 진 사랑의 빚을
다함이 없는 사랑으로 갚아가는
성직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

출처 : 청년아 부흥을 꿈꾸라
글쓴이 : 이상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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