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를 누빈 배우 정지훈, 비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당장 결혼하고 싶은 26살의 로맨티스트였다.
쿠키人터뷰] 할리우드를 누빈 영화배우 정지훈(26)이 가수 비(rain)로 돌아왔다.
2년 만의 복귀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내기 힘들었는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건강을 챙겨야할 때”라며 웃었다. 앨범 얘기를 꺼내자 눈빛이 달라졌다.
15일 온 · 오프라인을 통해 발매된 비의 5집 앨범은 ‘레이니즘’(rainism)이다. 비의 영문 이름(rain)과 사상이나 신조를 뜻하는 이즘(∼ism)을 합성시킨 신조어다. 비가 직접 만든 단어다. 앨범을 설명하는 비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비의 음악과 철학을 보여주는 앨범을 의미해요. 노래를 들으면 ‘나를 따르라’는 구호가 느껴질 만큼 강렬한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즐기면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온라인 음악 차트 1위는 데뷔 후 처음”
비의 5집은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과 결별 후 첫 앨범이어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스스로 보여줘야할 때라고 느낀 비는 기획부터 프로듀싱까지 스스로 참여했다. 비가 작사 또는 작곡에 참여한 곡은 총 13곡 중‘프레시 우먼’, ‘온리 유’, ‘고개 돌려’를 제외한 10곡이다.
5집 앨범 타이틀 곡은 ‘레이니즘’과 ‘러브스토리’다. ‘레이니즘’은 비가 작사, 작곡했다. 야광 지팡이 춤이 안무 포인트다. 캄캄한 무대 위로 야광 지팡이가 현란하게 움직이고 절제된 춤이 동시에 펼쳐진다.
“안무 콘셉트는 젠틀맨입니다. 지팡이 춤은 무대 위에서 뮤지컬 같은 생동감을 주기 위한 거죠. 기존에는 기승전결이 급격히 변하고 파워풀했다면 이번에는 여유로움을 살려 한층 부드러워졌죠. 가진 자의 여유랄까요?(웃음)”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발라드 곡 ‘러브스토리’는 비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썼다. ‘러브스토리’는 발매 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음원과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차트 1위에 올랐다. 탤런트 하지원과 함께 출연한 뮤직비디오도 화제였다. 현재 6분 분량의 버전만 공개됐다. 40분 가량 되는 풀버전은 11월쯤 선보인다.
“온라인 차트에서 1등한 건 데뷔 6년 만에 처음이에요. 감성을 자극하는 곡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노래가 1등 하니 기쁘네요. 애절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래 연습도 많이 했죠.”
수록곡 ‘프레시 우먼’은 대중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17일 방영되는 MBC ‘비 컴백 스페셜-나.비.춤’에서 비는 코믹 가발과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한다. “대중 친화적인 가수 비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바람에 따라 이 곡을 담게 됐죠. 공연 무대에서 더 재미있고 소탈한 모습 많이 보여드릴게요.”

“맨몸으로 간 할리우드…피 터지는 전쟁을 하고 왔다”
비는 2006년 4집 활동 이후 줄곧 미국 할리우드를 누볐다.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남매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스피드 레이서’를 통해 데뷔했다. 워쇼스키 남매는 주·조연급에 불과했던 비의 가능성을 높이 사 ‘닌자 어쌔신’에서 주인공으로 파격 기용했다. 겉으로 보기에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 같다.
“할리우드에선 처절한 전투와 피 터지는 경쟁의 연속이었습니다. 모든 지원을 끊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죠. 끝없는 외로움과 향수병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정말 힘들었죠. 국내나 아시아 무대에서 콘서트를 열면서 편하게 살 수 있는데 무모한 길을 선택한 게 아닐까 후회도 됐어요. 마음이 약해질수록 참아내고 노력하면서 이겨냈습니다.”
‘스피드레이서’는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스피드 레이서’로 지하 1층을 만들었다면 ‘닌자 어쌔신’을 통해서는 건물을 세울 것 같아요. 하지만 빨리 올라갈수록 빨리 내려올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천천히 올라가고 싶습니다.”
비가 국내에서 연기자로 정식 데뷔한 건 2003년이다. KBS ‘상두야 학교 가자’로 시청자에게 연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톱스타 송혜교와 호흡을 맞춘 ‘풀하우스’와 ‘이 죽일 놈의 사랑’,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통해 연기자 정지훈의 입지를 다졌다. 현재 국내 드라마 및 영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 해외 진출… 손색없다”
5집 발매로 활동 신호탄을 쏜 비는 내년쯤 미국에서 데뷔 앨범을 낼 예정이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를 섭외해 앨범 준비 중에 있다. “아직 밝힐 수 없는 단계”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상상을 초월할 대작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자신보다 먼저 미국에 진출하는 보아에게 박수를 보냈다.
“국내 가수들은 해외 스타 못지않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특히 요즘 아이돌 그룹은 실력이 뛰어나 해외에 나가도 손색없을 정도죠. 더 많은 가수들의 활약으로 한국 음악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정상에 서 있는 비는 항상 내리막길을 생각한다. 급히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들 때에는 데뷔 시절을 떠올린단다. 음악만 바라보며 열정을 쏟아 부은 시절이었다.
“가수 비는 미래가 있는 청년이라고 생각해요. 밑바닥부터 시작했고 세계무대도 경험해 예전보다 여유가 생겼죠. 그런 점에서 유행을 앞서가는 가수라고 말하고 싶네요. 5집 앨범을 통해 무대의 끝이 뭔지 확실히 보여드릴게요.”
그리고 비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당장 결혼하고 싶은 26살의 로맨티스트였다.
출처: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