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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사역은 누군가는 맡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08. 7. 31. 14:22


조선족인 김영철(가명·59) 전도사는 탈북자들로부터 '맏아바이(큰아버지)'로 불린다.

북한 접경 지역인 중국 지린성 투먼에 거주하는 김 전도사는 두만강을 건너온 탈북자들에게 임시 거처와 식사를 제공하는 일을 15년 넘게 해오고 있다. 탈북자들은 먹을거리와 자유를 찾아서, 김 전도사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한 복음 전파를 위해 모두 목숨건 일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교계 인사의 도움으로 방한한 김 전도사 일행과 중국 현지에서 이들의 도움을 받았던 '꽃제비(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도는 아이)' 출신 탈북 청년인 최영식(가명·24)씨가 만났다.

◇사선을 넘은 긍휼 사역=최씨는 4개월 전 꿈에도 그리던 한국땅을 밟았다. 12년 전 탈북해 중국으로 들어가 수년간 꽃제비 생활을 하던 그는 김 전도사를 만난 뒤 숙식을 해결하고, 일자리까지 얻었다. 덤으로 예수님도 알게 됐다.

최씨는 김 전도사를 다소 늦게 만난 케이스다. 투먼 지역의 두만강을 건넌 상당수 탈북자들은 가장 먼저 '맏아바이'부터 찾는다. 김 전도사는 중국 공안의 감시를 피해 탈북자들을 안전한 은신처로 대피시킨다. 음식을 제공하고 이들과 함께 예배도 드리고 기도와 찬송을 가르치며 심신의 안정을 찾도록 애쓴다.

김 전도사의 동료인 이성국(가명·51) 전도사도 탈북 고아들의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다. 탈북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중국 학교에 보내기 위해 양아버지가 되어 주기도 하고, 일자리를 주선해 주기도 한다. 이들 전도사의 사역은 중국 내에서 불법으로 간주된다. 벌금 무는 일은 다반사다. 김 전도사의 경우 수년 전 지린성 내에서 요주의 인물로 찍혀 외출조차 힘든 때도 있었다. 2002년에는 9개월 동안 내몽골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도사는 "탈북자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사역은 누군가는 맡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변의 위험은 그리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탈북민 선교의 그늘=이들의 사역은 대부분 교회와 성도들의 후원으로 이뤄진다. 미국의 한인교회나 한국 교계가 주요 후원단체로 나선다. 다만 후원금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선교단체를 빙자한 불순한 단체들이 개입하는 사례가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 불순단체는 교회 등에서 모금한 후원금을 현지 사역자나 단체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중간에 가로채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숨어있는 탈북자들을 억지로 불러내 기도하는 모습 등을 연출해 사진을 찍은 뒤 교계에 후원을 요청하기도 한다는 것.

이 전도사는 "불안과 공포에 떠는 탈북자들이 불순단체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당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탈북민 선교에 동참하는 교회와 성도들은 후원금이 전달되는 과정에 대해 모니터링을 꼼꼼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