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목회’ 발행인 박종구(68) 목사에게 목회는 ‘점(點)→선(線)→면(面) 그리고 오늘과 내일’이다. 그는 목사(점)라는 자연인으로서 35년간 ‘월간목회’(선)라는 매체로 수많은 목회자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26년간 ‘크로스웨이’(면)라는 성경공부 세미나로 1만 교회, 목회자·성도 36만명을 양육해 왔다. 요즘 그는 오늘과 한국교회라는 시공간에서 탈피, 내일과 세계교회를 향해 성경 사랑과 실천 운동을 펼치는 것을 꿈꾸고 있다.
박 목사는 전통적인 현장 목회자가 아니다. 설교와 성례전을 중심으로 성도들을 양육하고 훈련시키는 것 대신 “목사들을 목회한다”는 새 영역을 개척해 왔다. 이 때문에 그는 목사, 선교학자, 시인, 출판인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후회는 아니지만 인간적인 고독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문서사역에 집중하다 보니 정통 목회자 길을 선택할 수 없었다고 했다. “35년 전 월간목회가 창간될 때는 하루에 여섯 개의 교회가 세워진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한국교회의 최고 성장기였죠. 하지만 교파 분열로 인해 소통 부재가 뚜렷했습니다. 누군가는 보수, 진보라는 두 진영을 뛰어넘어 내부 소통 구조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거죠. 그런 점에서 ‘월간목회’는 보수와 진보의 관점을 모두 담아내는 공간이었어요.”
‘단군신화 토착화이론’을 주창한 윤성범 목사를 비롯해 홍현설 강원룡 주재용 목사 등 진보 인사들도 월간목회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출신으로서 정체성 시비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 목사는 “1000미터 달리기를 한 방향으로 달리면 1등이 한명밖에 나오지 않지만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달리기를 하면 같은 거리를 달린 이들 가운데 1등이 4명이 나온다”며 “만일 특정 신학만 고수했더라면 다양성을 보여줘야 할 ‘잡지지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지면을 통해 범 교단적 정보를 유통하고 복음 안에서의 일치와 연합이라는 동기를 부여했다. 또 월간목회는 계획 목회의 중요성을 각인시켰고 목회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한국교회의 양적 팽창과 그에 따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담임 목사직 대신 크로스웨이 성경공부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서구선교의 지도력이 비서구권으로 교체되는 흐름을 감지한 뒤에는 선교학 연구에 뛰어들어 미국 웨스턴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바른 신학이 뒷받침되지 않은 목회는 위험해요. 목회는 넓은 범주에서 볼 때 선교입니다. 목회와 선교는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목회는 주님의 양떼를 치는 사역이죠. 목회자는 심고 물을 주는 자입니다.” 그는 목회자가 이 같은 단순 원리에 충실하지 못하면 그때부터 균열이 일어나고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너게 된다고 했다.
박 목사는 환영받는 설교자다. 지식의 나열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감동 설교를 하기 때문이다. “설교는 성경해석입니다. 바른 해석이 곧 바른 설교의 시작이죠. 예수 그리스도는 완전한 성경해석자이십니다. 따라서 바른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 중심이어야 합니다.”
박 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금권 선거 논란, 목회자의 언행심사 불일치에 따른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 일색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길은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성경관 회복과 교회공동체 복원, 그에 따른 실천력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는 살아있는 생명공동체입니다. 문제가 있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죽은 자에게는 어떤 병리현상도 일어나지 않지요. 지상의 가시적 교회는 완전할 수 없습니다. 1세기 사도 바울과 사도 요한의 목회시대에서도 교회들은 문제투성이였습니다.”
그는 “병리현상을 진단하고 처방해서 치유하는 것이 정답”이라며 “종교화된 제도, 제도화된 기독교, 물량주의 가치관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교회가 성경적 세계관에 따른 영적공동체로 거듭날 때만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