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삶/국내교회

새한교회, 권상석목사

이상과 현실 그리고 코람데오 2010. 5. 28. 10:28

2010 국민 교회건축대상 후보] 새한교회

출처: 국민일보

[2010.05.24 21:30]     


공간별 편의성에 다목적 활용 돋보여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에 위치한 새한교회는 765㎡(231평) 대지에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로 2009년 건립됐다.

새한교회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 이용자 중심의 철학이 곳곳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4층 100석 규모의 식당 배식대엔 전동 칸막이가 설치돼 있어 주방의 음식냄새를 막는다. 따라서 평상시엔 예배실이나 결혼식장으로도 쓸 수 있다. 탁자 하나까지도 신경 썼다. 4명이 하나의 냄비를 이용하는 한국인의 음식문화에 착안해 4인용 탁자만 고집한 것이다. 탁자의 아래 받침은 발이 걸리지 않게 최대한 낮은 ‘오리발’ 형태로 구입했다. 의자도 녹색과 베이지색을 교차해 그 자체로 깔끔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교회를 견학 온 목회자와 성도들이 경탄하는 것은 식당 봉사자를 위한 샤워실을 만들어 놨다는 것. 샤워실이 딸린 작은 방엔 봉사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전기온돌을 설치해 놨다.

소예배실 3개도 사용자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했다. 벽면과 원목 소재 블라인드를 모두 분홍색으로 칠한 신혼부부용 세미나실과 황토색을 테마로 한 장년부실, 초록색을 입힌 청년부실은 연령층에 맞게 공간을 디자인했다. 5층 세미나실은 바퀴가 달린 1인용 책상과 걸상을 준비해 놨다. 용도에 따라 원탁이나 일렬 배치를 할 수 있다.

2∼3층 예배당은 새한교회의 목회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공간이다. 우선 3층에 있는 유아실엔 어린이 예배실은 물론 수유방과 어린이 화장실이 구비돼 있다. 방송실은 따로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3층 예배당 좌석 맨 앞 중앙에 위치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뒷사람의 시선을 확보하기 위해 방송 담당자의 좌석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일식당 좌석처럼 만든 것이다. 천장과 예배실 문, 벽면은 구멍이 뚫린 목조 패널을 붙여 방음과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오른쪽 벽면은 대형 원형 유리창을 설치해 햇빛을 최대한 끌어들인다. 외부에서 봤을 때 대형 창은 종려나무 가지 모양이다. 왼쪽 벽면은 옆 건물의 일조권 때문에 경사지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교회는 이런 단점을 장점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대칭되는 면도 경사를 둬 건물 한쪽이 기울어져 있다는 느낌을 상쇄시켰다.

2층 뒷좌석에서 봤을 때 강단의 시야가 가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층 천장 앞부분을 깎아낸 것에도 세심한 배려가 숨어 있다. 바닥 통로는 회색 카펫을 깔아 중후한 느낌과 함께 이동시 소음을 줄였다.

1층 소예배실은 여러 단계로 조명을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 새벽기도회나 예배, 결혼식, 연주회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문 입구엔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데 출입자의 동선과 엉키지 않도록 타 교회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소형 창문을 아예 없애버렸다. 대신 통유리를 설치해 정문 입구에서 사무실 직원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했다.



1층 카페도 명물이다. 교회 바로 앞에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정문에서 봤을 때 통유리를 이용해 확 트인 느낌을 줬다. 의자와 탁자는 교회가 가장 많은 예산을 들여 구입한 가구로 색감과 편안함이 탁월하다. 왼쪽 벽면에는 그림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플라스틱 패널을 설치했다.

화장실도 호텔 못지않게 간접조명과 타일, 메탈 느낌이 나는 문을 이용해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십자가 탑은 사방에서 볼 수 있도록 간접조명을 이용했으며, 전면 벽면엔 ‘ㄱ’자 반대 모양의 LED 패널을 설치해 놨다. 외벽은 파란색 유리로 시공해 내부에서 불을 켜면 고급스런 사무실 분위기를 연출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회가 밤만 되면 십자가만 덩그러니 남지만 새한교회는 탁월한 분위기를 낸다.

윤기형(67) 장로는 “개인 돈을 털어 생일까지 챙겨준 목사님의 정성에 감동 받은 건축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감독처럼 매일 공사 현장을 점검한 이석규(77) 장로도 “공사 관계자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긴밀한 협의를 했던 것이 멋진 작품을 낸 비결”이라고 했다. 김명희(62·여) 권사는 “목사님이 건축 모델을 찾을 땐 꼭 교인 5∼6명을 데리고 다니며 먼저 성도들을 이해시켰다”면서 “이런 비결이 숨어 있기 때문에 공사 계약액보다 지급했던 공사 금액이 적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건물 설계는 세진종합건축사 사무소가, 시공은 이공하우징건설이 맡았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아이디어 얻으려 장소 불문하고 답사 발품이 건축의 질 좌우”

“교회건축 때문에 고급 호텔은 물론 대형 백화점과 유명하다는 청담동 카페까지 다녔습니다. 강변북로를 타고 다니며 용산의 초고층 아파트 외벽에서 교회 야간 조명을 설치하는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교회건축산업전 같은 행사는 기본이고요, 심지어 퍼시스나 한샘같이 예약제로 운영되는 본사 직영 전시장도 찾아갔어요. 발품을 얼마나 파느냐에 따라 건축의 질이 달라집니다. 물론 경비 절감도 할 수 있고요.”

새한교회 권상석(52·사진) 목사는 경기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장신대 신학대학원과 미국 풀러신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사실 건축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교회를 한번 둘러본 목회자라면 누구나 ‘건축이나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교회는 지역사회 문화보다 한발 앞서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비용을 낮추는 데만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야 해요. 10만∼20만원만 더 들여도 교회 분위기가 확 바뀌거든요. 일례로 세미나실 신발장만 해도 그렇습니다. 정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의 디자인 차이는 큽니다. 돈 몇 푼 아끼다가 산뜻한 분위기를 망친다는 사실을 아셔야 해요.”

권 목사가 주창하는 것은 건축에도 목회철학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 “많은 교회들이 교회건축이 재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건축업자를 상대하다 보니 장로님들이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요. 제 경험상으론 목회철학을 녹여내기 위해선 반드시 목사님들이 주도해야 해요. 많이 공부하고 찾아다니다 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는 성공적인 교회건축을 위해선 한번에 만족하지 말고 교회건축에 하자가 있거나 실패한 교회를 탐방하라고 조언했다. 또 시공사와 공적인 관계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것을 주문했다.

“1층 소예배실에 의자를 들여놓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베이지색으로 환한 분위기를 연출해 놨는데 그만 의자 회사가 검은색으로 등받이를 해온 겁니다. 그래서 회사의 주장을 꺾고 회색으로 다시 주문 제작했어요. 회사는 울상을 짓고 저희 교회를 위해 특별히 3000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 이후로 회색 등받이 의자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더라는 겁니다. 회사 사장님이 나중에 ‘새한교회 때문에 큰 도전을 받았다’는 말을 하더군요. 최고를 위해 끝까지 연구하고 협상하는 자세가 최고의 교회를 만듭니다.”

백상현 기자